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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용운의 『님의 沈默』
작성자문헌정보팀
등록일2017/09/22 10:43:31 조회수1582


한용운의 『님의 沈默』

1926520일 회동서관에서 정가 150전으로 출판된 『님의 침묵』은 1934730일 한성도서에서 재판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서(禁書)가 된다. 만해 한용운이 생존 시에 나온 『님의 침묵』의 판본은 해방되기 전까지 두 번 간행되는데 우리 도서관에서는 초판본과 재판본 모두 소장하고 있다.

일제에 짓눌린 민족의 절규를 현대적인 시로 표현한 『님의 침묵』, 우선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저작자가 처한 시대상황과의 상관관계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만해 한용운은 어린 시절 향리의 사숙에서 한문 수학, 소학, 통감, 서경 등을 익혔다고 한다. 14살에 천안 전씨(全氏)와 혼인을 하고 19살 되던 해, 의병활동에 참가했으나 실패로 고향을 등지고 도피 생활을 시작하였다. 소년기에 아버지의 양민 학살을 체험하고 정신적 고통과 죄책감으로 방랑하다가 27(1905)에 되던 해에는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된다. 그는 출가 이후 불교의 교리를 대중화하는 것과 독립운동에 힘을 기울이는 동시에 출판활동과 강연도 꾸준히 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월간지 『유심』을 창간하는 등1)논설, 자유시, 수필 등의 집필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3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그는 변호사, 사식, 보석 등을 거부하고 흔들림 없이 민족독립운동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1919년 삼일 운동으로 체포되었을 때의 사진>2)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집필된 1920년대의 조선은 3.1운동이 실패로 끝난 이후로 민족 정체성에 대한 물결이 이는 시기였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보통 신문 연재 도중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어 단행본으로 출판되는 특징을 보이는데 그의 시는 신문연재를 통하지 않고 바로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님의 침묵』의 서문격인 「군말」을 보면 그의 창작동기를 알 수 있다.

「님」만님 이아니라 귀룬 것은(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중략) 나는 해저문벌판에서 도러가는길을일코 헤매는 어린양이 긔루어서 이詩를 쓴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대상의 의미는 복합적으로 해석되지만 그 중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는 그의 시를 통해
3.1 독립운동의 실패, 나라를 되찾지 못한 절망과 좌절을 희망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마도 3년의 수감생활은 그에게 수행의 기간이기도 하였던 것 같다. 정우택 논문3)에 따르면 그는 1922344세의 나이로 33인 중 기타 8인과 더불어 최장기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였다. 그때 경성감옥에 환영인파가 몰려왔는데, 한용운은 환영 나온 인사들 앞에 침을 뱉으며 이 사람들아, 그대들은 이렇게 나를 마중 나오는 일만 하지 말고 남에게 마중 받는 사람이 되어 보게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자아는 충전되어 있었다고 한다. 공판 과정과 옥중 생활에서 제국주의의 제도와 끝까지 비타협적으로 대결하여 사면 없이 복역하고 출옥한 그에게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또한 그는 1925년 서울을 떠나 백담사와 오세암에 머물렀는데 『님의 침묵』 말미에 「독자에게」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밤은얼마나되얏는지 모르것슴니다
  雪獄山의 무거은그림자는 엷어감니다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붓을 던짐니다
(乙丑八月二十九日밤 끝)


 

『님의 침묵』 판본

4·6판으로 총 89편의 작품을 수록한 『님의 침묵』은 168면으로 서문에는 「군말」이 실려 있다. 「군말」의 사전적 의미는하지 않아도 좋을 쓸데없는 군더더기 말로 그의 심경이 담겨있다.

판본을 대조했을 때 초판과 재판의 판본형식은 거의 비슷했다. 다만 초판본의 표제지의 「군말」은 붉은 색으로 인쇄되어 있는 점, 재판본의 표제지에 판권 사항이 표기되어 있는 점, 군말의 맞춤법의 표기 정도의 차이가 보였다.

초판본과 재판본의 달라진 구절을 살펴보면 기룬 것은(기른 것은), 조은(좋은), 자유에(자유의), 않너냐(않느냐), 있너냐(있느냐), 거림자(그림자), 돌어가는(돌아가는) 등이다. 초판과 재판의 차이점은 미미하지만 군말만은 새로 조판한 것4)임을 이미 이전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초판과 재판은 차례, 본문, 발문(독자에게)에 이르기 까지 동일한 판본임을 알 수 있다.
 

 

표제지

판권지

군말

초판

재판


판권지를 살펴보면 『님의 침묵』 초판본은 1926년 회동서관에서 발행되었다. 회동서관은 3·1운동 이후 일본서적이 쏟아져 들어오고 유학파가 출판업에 진출하면서 여느 민족계 서점과 출판사처럼 타격을 받았다. 특히 1926년 중반에는 거의 실질적으로 출판 운영을 거의 하지 않을 때이다. 회동서관은 사회적 책무와 상업적 이윤, 양자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하며 둘 다 놓지 않았던 서적상5)으로 알려져 있는데 1926년 『님의 침묵』, 이광수의 『재생』과 양백화의 소설 『빨래하는 처녀』 등을 마지막으로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그리하여 이듬해부터 실질적인 영업활동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피압박의 시대 그 한 가운데서 출판활동이 사실상 마감되던 해에 회동서관에서 『님의 침묵』이 태어났다는 사실은 그간의 이력을 말해 주는 값진 결실로 보는 인 것6)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로써 재판은 더 이상 회동서관에서는 발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1934년 한성도서에서 재판본이 발행된다. 출판사가 바뀌었음에도 『님의 침묵』의 초판과 재판 사이에 판형 상으로나 면수와 체제상의 변동 사항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끝으로 『님의 침묵』의 후기인 「독자에게」의 한 구절을 통해 독립 운동가이자 저항 시인인 만해 한용운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독자여, 나는 시인으로 여러분의 앞에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여러분이 나의 시를 읽을 때에 나를 슬퍼하고 스스로 슬퍼할 줄을 압니다. 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용운은 해방을 불과 한 달 보름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났다
. 우리 가슴속에 살아있는 영원한 「님」만해 한용운! 그리고 그의 시 『님의 침묵』, 그것은 슬픔과 절망의 서정시만이 아닌 우리 민족을 지켜온 외침과 염원이 아닐까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 참고문헌
1) 김용직, 『님의 沈默』 총체적 분석연구』, 서정시학, 2010. 「만해 한용운 연보」 요약
2)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애국 지사들의 신상 카드
3) 정우택, 『님의 沈默의 근대적 의미』, 泮矯語文硏究, 2002, 430
4) 송욱, 『님의 침묵』, 全篇解說, 一潮閣, 1980.
5)
엄태웅, 『회동서관의 활자본 고전소설 간행 양상』, 고소설연구, 2010.
6) 
이종국, 『개화기 출판 활동의 한 징험 - 회동서관의 출판문화사적 의의를 중심으로』, 한국출판학연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