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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임화 『현해탄』
작성자문헌정보팀
등록일2017/04/05 09:56:30 조회수458


임화 『
현해탄

지난 2012문학평론가 75명이 뽑은 한국 대표시집’ 9위에 랭크된 현해탄은 마흔다섯을 일기로 비극적인 생애를 마친 임화(林和, 19081953)의 첫 시집이다.
임화는 카프계의 대표적 시인으로 당시 다른 시인들에 비해 많은 조명을 받지는 못했던 작가였지만 생전
4권의 시집과 1권의 평론집을 남긴 비운의 혁명시인이다. 정치성을 이유로 연구의 대상에 제외되었던 그의 문학적 연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었으며, 한국 근현대문학사에 있어서 빠져선 안 될 핵심 인물로 꼽힌다.

특히 시집
현해탄속에는 카프의 해체, 폐결핵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 지내야했던 임화의 심경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도서관에 보존되어 있는 초판본 현해탄은 매우 소중한 자료이며, 이념과 사상을 떠나 암울한 현실 상황을 대변한 청년 임화의 꿈과 희망이 엿보이는 낭만적인 시집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화의 첫 시집인
현해탄을 대상으로 이를 서지학적 측면에서 분석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 글은 현해탄의 편찬 배경을 간단히 소개하고 서지학적 측면에서 장정 및 판본, 판권지의 기록을 토대로 접근해 보기로 한다.

우리가
대한해협으로 부르는 현해탄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예전부터 한·일 간 해상 연락로로 이용되어 왔다. 이러한 현해탄의 위치적 특성 때문에 종종 일본의 문화 혹은 근대화의 물결이 들어오는 통로로 상징되었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의 우리 청년들의 가장 큰 비극 중의 하나는 나라를 빼앗은 침략자의 땅으로 배움을 찾아 떠나야 했던 일이다. 배움을 위해 침략자의 땅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바로 현해탄이었다. 또한 지식인들 사이에 그러한 일본의 선진 문화에 대해 동경하는 현해탄 콤플렉스가 논의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임화가 바라보는
현해탄이란 어떤 의미일까

아래는 임화가 쓴  현해탄의 후서
(後書).


현해탄이란 제() 아래 근대 조선의 역사적 생활과 인연 깊은 그 바다를 중심으로 한 생각, 느낌 등을 약 이 삼십편 되는 작품으로 써서 한 책을 만들어 볼까 하였다. 이 가운데 맨 뒤에 실린 바다가 많이 나오는 일련의 작품이 그것이다. 그러나 재능의 부족과 생각의 미숙 등 외의 여러 가지 곤란에 부닥쳐, 끝까지 써 나갈 용기와 자신을 다 잃어버렸다....이것은 내 지나간 청춘과 더불어 영구히 돌아오지 않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현해탄의 후서에서 볼 수 있듯이 일제의 지속된 탄압과 제2카프 검거로 조직이 와해되고 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임화의 심경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임화에게 현해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첫 시집 이름을 현해탄이라 명한 것, 시집 뒷부분에 현해탄 체험 시편들이 집중적으로 들어 있는것으로만 보더라도 그 만큼 현해탄이 임화에게는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시집 현해탄의 판본

1938229일 동광당서점에서 출간된 초판본 현해탄의 정가는 150전이다. 이 판본은 임화 생전의 유일본이자 초판본으로 가장 중요한 판본이다. 41편의 시와 임화가 쓴 후서(後書)를 수록하고 있는데 대체로 발표 연대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검열 등의 사정으로 훼손된 부분, 맞춤법 등의 표기가 통일되어 있지 않은 부분, 또 한 행이 끝날 때 유독 쉼표를 많이 쓰고 있는 등 온전치 못한 부분이 지적되기도 했다.


 



초판본
현해탄의 표지장정은 서양화가이자 출판인인 구본웅(19061953)이 맡았다. 표지전체를 하나의 화폭으로 삼고 있는 이 장정이 탄생하게 된 때는 중일전쟁이 발발한 시점으로 일본이 모든 물자를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그 여파가 출판계까지 미치기 시작한 때였다. 어려운 여건 탓에 초기의 고급스런 장정은 점차 사라졌지만 현해탄의 장정은 대신 밝은 색상과 앞뒷면에 걸쳐 꽉 차게 그린 그림이나 글자로 꾸며져 있다.

구본웅은
1924년 고려미술원에 들어가 이종우에게 서양화를, 김복진에게 조각을 배웠다. 한편 부친이 운영하던 창문사 일을 도우면서 이상 등의 여러 문인들과 교우관계를 가진, 예리한 비평안을 지닌 문필가이기도 했다.

강렬한 원색조의 사용
, 격정적인 터치, 형태의 단순화와 왜곡을 통해 내면적 감동을 전달하려는 야수파와 표현파의 경향은 그의 자학적인 저항정신을 반영한다. (박대헌, 1999)


일제 강점기 일본의 잦은 간섭 속에서도 출판을 계속한 출판사들은 근대 민족주의의 형성에 기여한 역할이 매우 크다
. 현해탄의 판권지를 살펴 보면 발행주체는 경성부 재동에 소재한 동광당서점과 이정래(李晶來)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출판사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찾을 수 없었으나, 출판사 사주인 우경(又耕) 이정래(李晶來) 선생님과 그의 회고록을 밝혀 낸 것은 소중한 결과이다. 그는 제헌(1948), 5, 6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인물로 일본 도쿄의 정측영어학교(正則英語學校) 1, 조도전 대학 전문부 정치경제학과 1년을 거쳐 당시 학생들이 선망하던 일본 교토제국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같은 학교 출신으로는 안익태(1921년 입학), 윤보선(1913년 입학), 김성수(1914년 입학), 송진우(1914년 입학) 등이 있다.


그는 회고록에서 동광사서점을 경영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

 귀국해서 서울 관훈동에 있는 동광당서점이라는 책방을 차리게 되는데 여러 가지 사연이 얽혀 있다.

일본 유학 때에 우경은 동경 상대를 다니던 백남운
(白南雲)씨와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었는데 그때 백씨는 일본의 진보적인 출판사인 개조사의 산본실언 사장 집에서 서생 노릇을 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백씨를 만나러 갔다가 산본 사장과 친하게 되었다. 산본 사장은 매우 훌륭한 분으로 우경에게 당신들도 빨리 독립을 하여 살아야 할 것이 아니냐고 격려도 하였으며 정치에 대한 견문을 넓히도록 의회 방청권도 얻어 경도로 우송해 주기도 하였다.


비록 명문인 교토제국대학를 나왔지만 일제의 관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선생은 아버님이 취직하는 것은 완강하게 반대하시니 어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랬더니 산본 사장은 책방 겸 출판사를 해 보라고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그렇게 해서 관훈동에 동광당을 차리게 된 것인데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고 그냥 집어가는 사람들도 많고 또 사상서적이 많아 일경으로부터 자주 압수도 당하고 하여 10년 동안은 계속 적자만 냈었다.

...
서점은 지식인들의 집합장소로 동광당에는 최현배·이희승·백낙준·고형곤씨 등이 출입을 하였고 특히 여운형씨는 계씨인 여운홍씨가 계동에 살고 있기도 하여 매일 들리다시피 하였다. 그래서 몽양(이정래)과는 절친한 사이가 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가
193242일자 동아일보에 기록되어 있다.

이정래는 수입금지서적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종로 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석방되었다는 내용으로 당시 일제에 의한 암흑기가 출판사에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임화의 작품을 검토하는 일은 사상적, 이념적인 색채로 인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임화는 자서로 쓴 현해탄의 후서(後書)에서 일 년 넘어 이 책의 탄생을 위하여 노력해 주신 동광당 이남래 형과...정성을 다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 동광당서점의 점원인 이남래는 박헌영이 조직한 사회운동단체 경성콩그룹의 일원으로 조사되었는데, 이정래, 박헌영, 이남래, 임화의 관계를 조금 이나마 짐작할 수 대목이다. 이는 추후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은 식민지 사회주의 문학인 임화와 그의 첫 시집인 현해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기회를 가진다는데 의미를 둔다. 우리의 고유문화를 억압하던 일제강점기, 이러한 상황아래에서 임화의 첫 시집 현해탄은 한국 현대문학연구사 와 비평사 그리고 근대 서지학사에서도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 그의 삶의 궤적을 볼 수 있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 참고문헌
국립중앙도서관, 국내근대문학자료 소장 실태 조사 보고서, 국립중앙도서관, 2014-2015.
김윤식
, 그들의 문학과 생애, 임화, 한길사, 2008.

南載熙
, 『政治人을 위한 辯明』, 행림출판,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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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의 책읽기, 푸른역사, 2003.

박정선
, 임화 문학과 식민지 근대,경북대학교 출판부, 2010.

박대헌
, 우리책의 장정과 장정가들,열화당, 1999.

박경수
, 현대시에 나타난 현해탄 체험의 형상화 양상과 의미, 한국문학논총48, 한국문학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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