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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정(無情)』 6판
작성자문헌정보팀
등록일2016/11/18 11:01:12 조회수990

 

『무정(無情)』 6판


최초의 근대적 장편소설인 춘원 이광수의 『무정(無情)』은 식민지 기간 동안 출판사를 바꿔가며 여덟 차례나 간행되었다. 그 중 흥문당서점에서 발행된 『무정』 6판(1925.12.)이 현재 우리 도서관 보존자료실에 소장되어 있다.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일제 강점기 동안 1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는 『무정』, 우리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무정』 6판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 장에서는 일제강점기 기간 발행된 『무정』의 계보와 간행 양상을 통해 한국 근대정신이 담긴 소중한 기록물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무정』의 이력 그리고 6판

- 초판본, 재판본(신문관본, 1918~1920)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은 『무정』재판본(1920)을 수집했다고 공개했다.  초판본이 한국현대문학관에 유일하게 1부 남아 있지만 표지장정이 유실되어 그 전모를 자세히 알기 어려웠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재판본의 발굴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재판본은 남아 있는 자료가 전혀 없다고 알려진 희귀본으로, 그 동안 「창조」 3호(1919. 12.)에 게재된 『무정』 재판 광고를 근거로 발행처를 광익서관으로 추측했었다. 따라서 이번 재판본의 출현으로 실제는 초판과 같이 최남선이 설립한 신문관에서 발행했고, 1922년(3판)에서야 광익서관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초판본과 재판본의 판권지에 나와 있듯이 저작 겸 발행자는 최창선인데 그는 최남선의 형이자 신문관의 사주이다. 저작권이 분명하지 않았던 이 시기에 신 문관이 『무정』의 판권을 쥐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다.  발행처는 초판의 경우 신문관과 동양서원, 재판본의 경우 신문관과 광익서관의 공동발행으로 이는 실질적인 출판 전반의 진행은 신문관이, 그 외의 유통 및 배급에 관한 사항은 동양서원이나 광익서관이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남선의 서문 4면과 함께 623면으로 된 초판본의 책 표지는 소장가의 손을 거치면서 훼손되어 새로 장정을 입힌 상태지만 재판본은 책등,  속표지,  본문, 판권지 등의 상태가 양호한 상태로 초판본의 장정을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다.



- 3판본, 4판본(광익서관본, 1922)

3판과 4판의 판권장에 기재된 발행처는 광익서관,  회동서관이고 인쇄소는 계문사, 그리고 발행자는 회동서관을 물려받은 고유상의 동생인 광익서관의 설립자 고경상이다. 고경상이 사주이기 때문에 3판과 4판도 실질적인 발행처는 광익서관인 셈이다. 아쉽게도 3판본은 서던 캘리포니아대학(USC) 한국학도서관에 1부만 소장되어 있어 실물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4판은 초판에서처럼 최남선이 ‘한샘’이란 필명으로 쓴 서문으로 시작해 559면으로 끝난다.


올이 두꺼운 광목을 사용했으며 광익서관본(3판)부터 559면으로 판본이 새로 짜여졌다. 책등에 아라베스크 무늬를 배경으로 고급스러운 장정을 하고 있다.

 3판, 광익서관, 1922, 미국 USC 소장

4판, 광익서관, 1922, 호산방 소장


- 5판본, 6판본(흥문당서점본, 1924~1925)

5판(1924.1.)과 우리도서관에 소장된 6판(1925.12.)은 흥문당서점과 회동서관에서 간행되었다. 흥문당서점은 1922~23년 무렵 이광수의 저작을 집중적으로 출판한 곳이다.  하지만 판권지를 보면 고경상의 이름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로 추정할 수 있지만 흥문당서점에서 한참 인기리에 있던 무정의 판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해 볼 수 있다.


1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5판의 표지장정은 흥문당서점 발행으로 광익서관보다는 약간 질이 떨어지는 올의 두꺼운 광목을 사용했다.  하지만 6판의 표지 장정은 전판에 비해 올이 고운 광목을 사용했으며, 무정과 춘원창작이란 글씨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고, 책등에는 무정과 경성 회동서관 발행을 세로글씨로 인쇄했다. 이 같은 제책방식은 당시로서의 매우 고급스럽고 이색적인 스타일로 정가는 1원 80전이다.

 

 5판, 흥문당서점, 1924, 화봉문고 소장

6판, 흥문당서점, 1925, 근대문학관 소장


- 7판본, 8판본(박문서관본, 1934~1938)

6판이 간행되고 이후 십여 년 만에 7판(1934.8.30.)과 8판본(1938.11.25.)이 박문서관에서 간행되었다. 저작 겸 발행자는 사주였던 노익형의 이름으로 기재 되어 있다. 7판본은 두꺼운 종이에 부드러운 견사로 직조된 천으로 표지를 싼 클로스 양장본으로, 8판본의 표지장정은 당대 최고의 화가인 정현웅의 그린 것으로 하드커버로 제책되었다.

7판, 박문서관, 1934,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8판, 박문서관, 1938, 화봉문고 소장


일제 강점기 근대자료 보존의 중요성

일제강점기 조선의 출판 및 인쇄문화는 일본의 검열과 탄압 속에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야만 했다. 1909년 출판법 제정 이후 일제의 압박과 강요는 더욱 심해졌지만 그 고된 상황에서도 활약한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이념과 포부를 펼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근대자료는 국내에서도 조차  전체적인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무정』인쇄본은 한국현대문학관이 소장한 초판본 1부, 지난해 수집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한 재판본 1부, 미국 USC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3판본 1부, 화봉문고와 호산방서점 등에 소개된 4판, 5판이 각 1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박문서관에서 발행된 7판, 8판본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광복 이전에 발행된 『무정』의 판본은 희귀본으로 문학, 역사, 출판 및 서지학 연구의 학술적 가치를 높이는데 매우 의미가 크다.

< 참고문헌 >
국립중앙도서관, 『국내근대문학자료 소장 실태 조사 보고서』, 국립중앙도서관, 2014-2015.

박대헌, 『한국 북디자인 100년』, 21세기북스, 2013.

박진영, 「무정이라는 책의 탄생 전후」, 『근대서지』 4호, 근대서지학회, 2011.

이중환, 『우리출판 100년』, 현암사, 2001.
최주한, 「무정 100년의 계보를 읽는다」, 『근대서지』 13호 , 근대서지학회, 2016.